머리말<br/><br/>1. 탄생<br/>2. 뿌리 내리기<br/>3. 성장<br/>4. 성숙<br/>5. 죽음<br/><br/>감사의말 /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 찾아보기

- 제목에 매료되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여지껏 살아오면서 교재와 관련문헌들을 제외하고는 '자연과학'분야의 책들과는 담쌓고 지내온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순전히 『자연과 숲의 연대기』라는 제목 때문이었다. 제목을 처음 접한 순간 신영복님의 저서『더불어 숲』의 서문 한구절이 머리를 스쳤다.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라는 (이제는 너무나 유명해져 버린) 간결한 문구. 그 덕분인지 그저 단순한 과학이야기가 아니라, 조금은 다른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를 사로잡았고, 물론 그 맥락이야 다르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표면적으로는) 위의 구절이 책의 내용을 잘 요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원제가 궁금해 찾아보니, 이 책의 원제는『TREE-A Life Story』였다. 책의 내용에 빠져들면서, 직역했다면 조금은 심심했을 원제 그대로 보다는, "나무와 숲의 연대기"라는 서명이 왠지 썩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 책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숲 속 생물들의 아름다운 공존'에 대한 이야기를 '비범한 독창성과 상상력을 갖춘' 구성으로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 한 그루의 나무의 삶을 이야기하다 : About "A Tree"
이 책은 '더글러스-퍼(Douglas-fir)'라는 나무의 일생에 대한 전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저명한 환경운동가이자 생물학자이며 세계 각지에서 노령림 보호운동을 펼쳐온 저자는 나무 한그루의 생애를 줄기 삼아 온갖 생물의 역사와 생태계 등 수많은 이야기들로 가지를 뻗치고, 이것들을 매우 튼실하게 재구성해 낸다. 이 책의 주인공은 북미 캐나다 서해안 해변의 울창한 숲에서 위용을 자랑하는 '더글라스-퍼'라는 나무인데, 이 책에는 '더글라스 퍼'라는 명명과, '우리나무' 혹은 '우리 씨앗'이라는 명명이 번갈아 반복되며 여러차례 등장한다. 객관적인 생물명과 조금은 주관적인 이름붙이기를 번갈아 시도하며, 객관성을 유지한 논픽션의 이야기를 소설처럼 풀어가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집 근처에 있는 키 50m, 둘레가 5m에 이르며 수령이 400년쯤 된 더글러스-퍼 나무를 세밀히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한 나무의 일생을 탄생에서부터 뿌리내리기, 성작, 성숙, 죽음의 5단계로 나누어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비단 한그루의 나무의 생장과정만을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형성과정과 (박테리아 등의 미생물부터 인간을 아우르는) 생물의 탄생과 성장 과정을 세세하고 충실한 설명으로 덧붙이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만 살펴보아도 이 책은 상당히 '깊이 있는 생물학 교과서'로서의 제 몫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생물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넘어서는 많은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 숲과, 생태계를 이야기하다. : Beyond the Story
이 책은 나무 한 그루의 처음과 끝을 화두로 북미대륙 녹색 자연의 모든 역사를, 지구라는 유기체 전체의 자연사를 망라하고 있다. 나무 한그루의 생애를 줄기 삼아, 다른 시대와 세계 모든 곳을 우리와 연결시키며 지구라는 행성에 사는 모든 나무, 모든 생명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가 더글러스-퍼의 생애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숲 속 생태계의 아름다운 공존'이다. 나무는 저마다 숲이라는 공동체의 일원이다. 숲 속의 나무들은 흙 속에서 뿌리끼리 서로 섞여서 하나가 된다. 서로 소통하고, 서로서로 나누며 돕는다. 나무들의 공존뿐 아니라, 숲에는 다람쥐, 진균류, 점박이 올빼미 등 수많은 개체들이 함께 살아가는데, 저자는 그네들의 삶을 "연대"와 "공존"이라는 큰 주제 속에서 훑어내고 있다.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 책의 강점 중의 하나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매우 담담한 어조로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죽어가는 그 순간에도, 숱한 동식물의 보금자리와 피신처가 되어주며 죽은 후에는 같은 군에 속한 나무들의 거름이 되어주는, 즉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나무의 위대한 일생을 그리고 있지만, 서술에는 조금의 과장이나 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저자는 마지막 장을 통해 이러한 나무와 숲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삶에도 꼭 필요한 것임을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 할 뿐이다. 텍스트 이면에 감추어진 의미와 메시지는 온전히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진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풍부한 사례와 자세한 설명으로 자연과학과 관련된 우리들의 상식을 뒤집고, 올바른 이해를 돕는다. 예를 들어, 많은 이들에게 해악으로 여겨져 온 산불이 우리나무(더글라스-퍼)에게는 새 생명의 씨앗을 세상에 내보내는 하나의 기제로 작용할 수 있음을 책의 서문에서 보여줌으로써, 산불은 자연 현상의 하나일 뿐 결코 해악을 끼치는 것이 아님을 독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깨닫게 해준다. 또한, 동물보다 단순한 구조라고 생각해온 식물의 생장과 발달과정이 얼마나 신비롭고 경이로운 현상인지를 자신의 전문분야(이 책의 저자는 유명한 생물학자이다)적 지식을 활용한 풍부한 설명을 통해 독자들에게 이해시킨다.

- 분야를 넘나드는 해설, 세밀한 그림이 독자들의 이해를 돕다.
이 책에는 나무의 일생과 생태계와 관련한 이야기 외에도 그 곁가지로 무수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더글라스-퍼를 처음 발견하고 명명한 데이비스 더글러스의 삶과, 수많은 자연철학자와 생물학자들이 동식물을 어떻게 연구해왔는지 등이 생물학의 역사와 함께 펼쳐진다. 이와 더불어 이러한 설명을 전개함에 있어서, 문화인류학이나 (자연) 철학 등의 분야를 넘나들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또한 기-승-전-결이 뚜렷한 서사적 구조와 화려한 수식이 돋보이는 수려한 문체는 우리로 하여금 (자연과학 도서라는) 책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들만큼 흥미롭다. 하지만 저자는 언제나 커다란 줄기를 잃지 않는 듯 하다. 유전과 진화 등의 설명에서 시작하여 문화인류학, 철학을 아우르며 이야기가 확대되어 가지만, 결국 모든 이야기는 식물의 번식과 생태계를 설명하는 도구와 장치로 기능한다.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펼쳐놓는 듯 하지만, 언제나 이야기는 어느새 적절한 위치에 자리잡고 독자들의 이해와 지식의 확장을 돕는다. *를 활용한 (역자의) 설명 또한, 자연과학의 용어들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한 배려임을 느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마치 사진을 옮겨놓은 듯한 (더글라스-퍼와 붉은 등들쥐, 회색곰, 점박이 올빼미 등 숲에 서식하는 동물들의) 세밀한 그림은 이 책의 가치와 책 읽는 재미를 한껏 높여준다. 환경운동가이며 세계적인 화가인 로버트 베이트먼의 정겨운 세밀화가 너무나 생생하게 펼쳐진다.


7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동물들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주는 한 나무의 일생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선사해주는 책『나무와 숲의 연대기』. 이 책은 분명 우리에게 생태계의 소중함을, 그리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소중한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글솜씨의 부족으로, 그리고 충분치 않은 지면으로 책의 강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글을 끝마쳐야 함이 아쉬울 뿐이다. 하지만 백마디의 화려한 수식보다도 책의 한두 페이지가 책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작은 위안을 삼아 본다. 책을 통해 '나와 한 그루의 나무가, 그 나무와 인연을 맺은 작은 미생물 하나, 새 한마리, 늑대 한 마리가 나와 무관치 않다.'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진리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준 한 나무의 위대한 일생! 세계적인 화가 로버트 베이트먼의 세밀화 수록!<br/><br/>나무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비바람이 불어도, 큰불이 나도 땅속에 단단히 뿌리를 박고 온 세상을 품고 있다. 그러면서 나무는 자신의 모든 것을 지상의 생명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준다. 잎들은 태양 에너지를 받아들여 우리가 숨을 쉴 수 있는 산소를 제공하며, 가지와 줄기, 열매는 여러 동물과 식물들에게 먹을 것과 살 곳을 마련해준다. 그뿐인가. 나무는 쓰러져 죽은 뒤에도 거름이 되어 많은 생명체가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준다. 늘 그곳에 있으면서도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나무! 나무는 살아 있는 모든 것에게 생명을 부여해주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이다. 우리는 이런 나무의 위대한 일생을 통해 지구상의 모든 생명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br/><br/><br/>* 한 그루 나무 속에 깃들어 있는 온 생물의 역사!<br/>이 책은 캐나다의 유전학자 데이비드 스즈키가 더글라스-퍼(북미 서해안 일대에서 자라는 소나무과 나무. 그러나 실은 소나무도 전나무fir도 아니다)라는 나무의 일생을 살핀 책이다. 과학자이면서도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스즈키는 세계 각지에서 노령림 보호운동을 펼치다가 나무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 뒤 스즈키는 자신의 집 근처에 있는 더글러스-퍼를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그 나무는 수령이 400년쯤 되었고, 셰익스피어가 『리어왕』을 쓸 무렵 생을 시작했다. 그는 400년의 생을 이어온 나무를 들여다보면서 그 속에 깃든 인간과 모든 생물의 역사를 또한 엿보게 된다. 그는 이 나무의 삶을 참고해 새로운 더글러스-퍼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뒤 상상의 날개를 펼쳐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나무를 ‘우리 나무’로 명명하고, 이 나무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어떤 과정을 거치며 다른 생물들과 함께 자랐는지, 또 어떻게 쓰러져 죽어갔는지를 논픽션 형식으로 기록하게 된다. <br/>이 책에는 나무의 일생 외에 그 곁가지로 수많은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더글러스-퍼를 처음 발견하고 명명한 데이비스 더글러스의 삶과 더불어 찰스 다윈 등의 학자들이 어떻게 동식물을 연구했는지 등이 생물학의 역사와 함께 서술되어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인 더글러스-퍼뿐만 아니라 로지폴소나무, 자이언트세쿼이아 등의 다양한 나무들과 그곳을 삶터로 삼고 있는 다람쥐, 개미, 새, 톡토기, 양치류, 진균류 등 여러 동식물의 생태가 실감 넘치게 기록되어 있다. 이 책에는 나무의 생애와 함께 지구의 모든 생명의 역사가 담겨 있는 셈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나무와 숲 속 생태계가 얼마나 아름답게 공존하고 있는지, 이것이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왜 이곳이 우리에게 그토록 소중한지를 깨달을 수 있다. 숲에 있는 어느 나무 하나도 혼자서만 서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존재들과 뿌리로 한데 얽혀 공존하고 있음을 증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br/>이 책에는 세계적인 화가 로버트 베이트먼의 정겨운 세밀화가 담겨 있다. 화가이자 환경운동가인 베이트먼은 그동안 자연주의적인 그림을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가 그린 그림은 사실적이면서도 정감이 넘친다. 생동감 넘치는 나무의 모습과 동물의 표정 등을 보고 있으면 그가 자연에 얼마나 애착을 갖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br/><br/>* 탄생, 불 속에서 움트는 생명<br/>번개가 번쩍하면서 하늘을 비추더니 숲의 맨 윗부분을 때린다. 그러자 숲에 큰불이 났다. 불은 숲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쓰러진 나무와 죽은 잔가지들을 삼키고, 순식간에 윗부분으로 폭발한다. 그리고 숲 속의 동물들을 사로잡고 마침내 온 숲을 카오스 상태로 만든다. 이 불기둥 뒤에 남는 것은 침묵뿐이다. <br/>그러나 산불은 자연현상의 하나일 뿐 해악을 끼치는 것만은 아니다. 그 불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움튼다. 특히 우리의 더글러스-퍼에게는 산불이 기회이기도 하다. 구과(잣송이나 솔방울 등의 열매)를 맺는 일부 나무들은 수십 년 동안 씨앗을 퍼뜨리지 않다가 불이 나면 비로소 씨앗을 내보낸다. 즉 그들은 자신이 죽을 정도로 뜨거운 온도가 되어야만 씨앗을 퍼뜨린다. 우리의 더글러스-퍼는 번식을 위해서 불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생존을 위해서 불에 의존한다. 이 나무는 그늘이 드리워지면 살아남지 못한다. 즉 자신이 살기 위해 그 밑에 있는 작은 나무들이 없어져야 하는 것이다. 산불은 더글러스-퍼가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그 밑부분을 깨끗이 청소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 불에 견딜 수 있도록 이 나무도 불에 타지 않는 껍질을 진화시켜왔다.<br/>큰불이 난 지 며칠이 되지 않아 더글러스-퍼의 구과 수백 개에서 날개 달린 씨앗들이 퍼져 바람에 몸을 맡긴다. 이중 95퍼센트는 엉뚱한 곳에 떨어져 싹을 트지 못한다. 남은 것 중에서도 대부분은 환경이 맞지 않거나, 다람쥐 등의 먹이로 희생되고 만다. 그러는 중에 몇몇은 드디어 생명의 싹을 틔운다. 나무의 새싹은 공기와 햇빛과 물 같은 기본 원소와 다양한 원소들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한다.<br/><br/>* 뿌리 내리기<br/>어린싹이 자라는 곳은 물기와 온기, 산소가 풍부한 곳이다. 그러니 곧 뿌리가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동시에 뿌리 속에 있는 세포들이 뚜렷한 조직으로 분화해간다. 땅속의 물이 헛물관을 통해 가지 끝까지 뻗어 오르고, 체관부는 떡잎에 저장되어 있는 영양소를 뿌리에 전달해준다. 이제 나무는 스스로, 또는 이웃에 있는 나무와 협력하면서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한다. 또 다른 생물에게도 자신의 성장을 의지한다. 이를테면 진균류와 공생 관계를 맺으며 협력을 하기도 한다. 나무는 진균류에게 살 곳과 영양소를 제공해주고, 자신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해준 진균류는 다른 병충으로부터 나무를 보호해준다. 이제 어린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스스로 자라나기 시작한다. 이 광합성은 지구상에 그토록 많은 생명이 생겨날 수 있게 해준 원천이기도 하다. <br/><br/>* 성장, 바람에 날리는 꽃가루<br/>불이 난 지 16년이 지나, 이제 숲은 서서히 활력을 되찾는다. 우리 나무는 이제 키가 8미터이고, 줄기의 지름이 35센티미터에 이른다. 뻗어나온 가지들은 16층을 이루었는데, 가지마다 잎이 돋아나고, 또 새로 눈이 트고 있다. 이 눈들 가운데 일부는 가지로 자라게 될 것이고, 나머지 일부는 구과(암꽃과 수꽃)로 자랄 것이다. 이제 나무는 바람이나 곤충에 의존하여 자신의 꽃가루를 퍼뜨린다. 특히 바람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의 항상 부는 바람을 통해 나무는 자신의 꽃가루를 날려보내고, 그것이 정확성은 떨어지나 그 어떤 방법보다 씨앗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9월이 되어 우리 나무의 암꽃 구과는 포를 열어 날개 달린 4만여 개의 씨앗을 역시 바람에 의존하여 퍼뜨린다.<br/>중세의 끝 무렵, 우리 나무는 한창 자라고 있는 중이다. 이때 사람들은 식물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구텐베르크가 종이를 발명하고 책이 대량생산되었을 때, 식물학 관련 서적들도 쏟아졌다. 그리스 시대의 아리스토텔레스, 디오스코리데스 등의 책들이 주종을 이루었고, 15세기의 학자인 예롬 보크, 프로스페로 알피니 등의 책도 소개되었다. 그리고 콜럼버스, 자크 카르티에 등이 신대륙을 항해하면서 낯선 식물들을 유럽에 대거 소개했고, 서구 각지에 식물원이 대거 등장했다.<br/><br/>* 성숙, 숲 속 생명의 보금자리<br/>어느덧 우리 나무는 300년 동안 한 곳에 서서 바람에 씨앗을 날려보내왔다. 어떤 해에는 전혀 씨앗을 맺지 못하기도 했지만, 어느 해에는 유난히 씨앗을 많이 맺었다. 이를 ‘매스팅(masting)'이라 하는데, 이것은 나무가 포식자들을 통제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이다. 나무들은 매스팅이 있는 해와 오랫동안 열매를 맺지 않는 기간을 교차시킴으로써, 생존을 위해 자기 씨앗과 열매에 의존하는 동물들을 풍요와 빈곤의 순환주기에 종속시킨다. <br/>더글러스-퍼의 씨앗을 먹는 주된 포식자는 더글러스다람쥐이다. 이 다람쥐들은 씨앗이 퍼지기 전에 구과를 수천 개씩이나 정신없이 따버린다. 그리고 숲 바닥에 이를 보관해두는데, 여기에서 일부가 싹을 틔우기도 한다. 이밖에 붉은다람쥐, 칩멍크다람쥐 등도 더글러스-퍼의 씨앗을 먹는다. 그리고 철새들도 역시 이를 먹는데, 이 때문에 씨앗이 전혀 다른 지역에서 싹을 틔우는 경우도 있다. 곧 철새들의 배설에 의해 씨앗이 옮겨지는 것이다.<br/>우리 나무는 이제 노령림의 일부가 되었다. 나무의 속은 텅 비었고, 더는 성장을 하지 않는다. 그곳은 이제 다람쥐를 비롯한 여러 동물의 보금자리가 된다. 수십 년에 한 번씩 새들의 주도권이 바뀌었지만, 그때마다 나무는 그들에게 살 곳을 제공해준다. 또 개미를 비롯한 곤충 140여 종이 이곳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고, 늑대, 쿠거, 회색곰 등이 이곳을 자주 찾으며 생태계를 구성해간다. 또 지의류, 양치류, 진균류를 비롯한 여러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br/><br/>* 죽음, 700년 동안의 생물의 역사<br/>어떤 나무는 수천 년을 살아간다고 하나 우리 나무는 550세에 벌써 늙어버렸다. 그러면서도 150여 년을 더 그곳에 서 있었다. 수많은 동물과 식물에게 자신의 몸을 내주면서 우리 나무는 서서히 병들어갔다. 그리고 어린 묘목으로 돋아난 지 700년 뒤, 마침내 숲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면서 서서히 썩어가고 있다. 그 순간에도 나무는 여러 동물과 식물들에게 쉴 곳과 먹을 것을 제공해준다. 자세히 보면 그 속에서 하나의 생태계가 이루어지고 있을 정도다. 이끼류와 양치류에 둘러싸여 나무는 마침내 하나의 흙으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