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산다면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사교육 시장이 얼마나 광대하고 고부가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다 알고 있다. 3살, 5살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나... 주변에서 또래 아이들 엄마들과 모임을 하다보면, 아이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다. 모두 사교육이 너무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같이 동반해서 가야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잠재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에 반해, 요즘 블로그나 각종 육아 사이트 및 육아서를 보면, 엄마가 발벗고 나서서 아이 교육을 함께 만들어가는 '엄마표'가 트렌드이기도 하다. 엄마가 아이의 발달 과정을 지켜보면서 직접 선생님이 되어 상황을 판단, 활동, 처방을 한다는 것인데... 솔직히 나 또한 엄마표로 아이 둘이랑 진행하고 있는 활동이 몇 가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품앗이라는 형태를 빌어서 또래 친구들, 엄마들과 협력해서 '엄마표'를 열심히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런데, 엄마표를 실천하려면, 엄마가 갖추어야 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엄마부터 공부해야 하고, 이런 저런 환경도 조성해줘야 하고, 약간의 진행 노하우도 필요한 것 같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엄마 스스로 즐기지 못하면 아이도, 엄마도 괴롭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이유로 실천의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차에 엄마표 홈스쿨링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사교육비를 절감하면서 아이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엄마표 교육방법이 나왔다길래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열고 읽기 시작했다.

   책의 저자 진경혜씨는 일명 '리틀 아인슈타인' 남매를 키워낸 엄마이다. 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아이들 교육에 혼자 홈스쿨링을 진행하면서 키웠다. 아들과 딸 모두 사람들이 놀랄 만한 능력을 갖추어 최연소의 나이에 대학을 들어가고, 학위를 받기도 했다. 이들 남매를 보고 어떻게 홈스쿨링으로 아이들을 이렇게 잘 키워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엄마가 어떤 능력의 소유자길래... 하며 엄마의 프로필과 노하우가 궁금해졌다. 그런데, 책 표지에 나와있는 문구 중에 '공부하는 엄마가 실력있는 아이를 만든다!'를 보면서 진경혜씨의 생각이 무엇인지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었다.  왜 그렇게 마음이 '쿵'하고 가라앉았는지... 아마도 내 자신이 그렇게 살지 못하기에 내 몸이 알아서 반응했을 것이다.

 

  저자의 미술활동 홈스쿨링의 방법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놓은 것과 더불어 아이들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방법까지 친절하게 제시되어 있다. 아이들과 있었던 일들을 예로 들어주면서 생활 속에서 실천은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소스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친절한 언급을 해주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엄마표 홈스쿨링 미술활동에 대해서 내가 해왔던 엄마표 미술놀이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또한 아이의 교육에 대한 진경혜씨의 전반적인 생각에 대해서 공감하며, 실천의지를 가져봤던 시간을 가졌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도 긋고, 이런 저런 내 상황과 더불어 내가 실천해야 할 사항에 대해서 깨알처럼 메모도 하고, 반성도 할 수 있었다. 또한 내 나름대로 엄마표 미술놀이를 어떻게 진행시켜야 할 것이지에 대한 밑그림과 내가 가져야 할 교육관에 대해서 정리해보았다.  

 

  첫째, 아이를 제한하지 말자. 

미술놀이를 진행하다보면, 가끔 엄마의 욕심이라는 독이 들어가게 된다. 왠지 아이가 좀 더 이렇게 움직여주면 좋겠다는 엄마 머릿 속의 틀이 있어서 아이를 그 틀에 끌고 가려고 할 때가 있다. 아이 나름대로 생각을 가지고 다른 것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서 엄마가 힘들다는 이유로, 계획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융통성없는 반응을 보일 때, 아이는 미술놀이가 재미없고 괴로운 시간이 된다는 것이다. 혹시 나는 어떠했나 생각해 보게 되었다. 밀가루나 물감, 여러 가지 재료를 가지고 맘껏 가지고 놀 수 있는 퍼포먼스를 몇 번 집에서 했다가 치우는데, 정말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아이들은 그것이 너무 기억에 남고 재미있었다고 한다. 욕실에서 물감 놀이, 페인트 붓으로 색칠하고, 장난감 자동차 색칠해서 물감에 바퀴찍어서 굴리면서 무늬 만들기 등... 또 하자고 하는 미술놀이가 이런 것들인데, 한 번 하면 그 여파가 너무 힘들어서 엄마인 내가 스스로 제한하지 않았나 싶어 반성해 본다. 

 

  둘째, 자연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기회를 주자.

진경혜씨의 육아를 엿보면, 아이들과 같이 자연 속에서 여러 가지를 체험했다. 아이 스스로 궁금해 하는 호기심을 갖게 하고, 그것을 스스로 찾아 자기 것으로 온전히 소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길을 열어주었다. 그때 요긴하게 쓰였던 방법이 미술활동이었다. 그저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미술 활동이 아이들의 관찰력과 사고력, 그리고 표현력을 복합적으로 길러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자연의 움직임과 변화를 보면서 아이의 정서와 사고력 신장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을 기억해야 겠다. 아이가 책을 많이 읽고, 이런 저런 프로그램을 받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우선으로 두어야 할 것은 자연 속에서 아이를 놓아둘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넓히는 것이다.  앞으로 도시 속의 편리함에 익숙해져서 살기 보다는, 아이들과 조금은 고생스럽고 번거롭게 느껴지더라도 자연 속으로 캠핑을 가거나 수목원, 공원 등에서 마음껏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겠다.

 

  셋째, 아이들과 미술관 나들이에 힘써야 겠다.

집에서 물감 풀고, 찢고 오리고 붙이는 활동도 물론 중요하지만, 먼저 아이와 엄마의 눈 속에 좋은 그림들을 많이 넣어야 함을 느낀다. 진경혜씨의 노하우에 따르면 미술관에 가기 전에, 아이들과 먼저 무엇을 볼 지, 탐색을 했다고 한다. 소재가 같은 그림들끼리? 아니면 재료가 독특한 그림들끼리? 등의 테마를 가지고 아이와 같이 감상한 후, 명화를 여러 방법으로 따라한 점이 기억에 남는다. 엄마부터 서양사나 미술의 기본적인 개념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아이들과 같이 그림을 나눌 때에 반 걸음 앞서 나가기 힘들 것 같다. 더불어 배우게 된 것은, 그림을 볼 때, 어떻게 감상을 해야 하는지, 아이들과 어떻게 미술놀이에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적인 면이었다. 그림책에서 보는 그림들도 물론 좋겠지만, 책에서 접하는 것보다 직접 미술관에 가서 실제로 그림을 보면서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앞으로 집에서 가까운 미술관을 매주마다 다니면서 명화를 감상하며 아이들과 미술놀이를 계획해봐야 겠다.

 

  넷째, 엄마부터 공부하며 즐기자.

이 글을 쓴 진경혜씨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홈스쿨링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엄마가 되기 이전에 쌓아두었던 것도 있었고, 엄마가 되고 난 후,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 엄마가 노력한 것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아이들보다 반 발자국 앞서 나가되 아이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않는 지혜와 사랑은 참 본받고 싶다. 엄마의 플랜에 의해서 아이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기질과 재능을 파악하며 엄마가 반걸음 앞서 가는 공부가 있어야 함을 느낀다. 누구나 다 하는 활동이라서 내 아이를 내맡기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의 재능이나 성향에 따라 어떤 활동이 필요한지에 민감해야 할 사람이 엄마라는 것을 진경혜씨의 모습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우리 민서, 민준이의 성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해 보고, 이 아이들에게 어떤 활동이 좋을까 하는 것도 내가 고민해봐야 할 숙제이다. 또한 책을 읽다보면, 엄마표가 엄마가 그저 해주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공부하고 준비된 다음에야 제대로 된 엄마표 미술활동이 실현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미술 활동 뿐 아니라, 다른 활동에 있어서도 이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부터 공부하며 즐기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영어몰입 열풍이니, 수학올림피아드를 나가야 한다느니, 과학이 대세라는 여러 트렌드에 따라 우리 아이들은 엄마 손을 잡고 이리 저리 다닌다. 하지만, 영어, 수학, 과학 등의 지식보다 그 지식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은 예술이다. 특히 작품과 나의 관계 속에서 절대로 거짓을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아이일수록 더욱더 재미있고 창의적일 수 있는 것이 미술이라는 것을 미루어본다면, 아이의 교육에서 어떠한 것을 기본으로 삼아야 할까? 이에 대한 대답은 이 책을 읽으면서 확고해졌으며, 교육에 있어 엄마의 역할이 어떠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의미있었다. 아이와 교감하며, 즐겁게 놀 수 있는 엄마표 홈스쿨링 미술활동에 동기를 부여해 주시고, 여러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신 진경혜님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엄마표 미술활동에 많은 실천을 다짐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