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실려있는 여섯 개의 강의는 앞서 출간했던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이야기 : SIX EASY PIECES (Addison-Wesley)』보다 약간 어려운 정도의 수준에서 매우 신중하게 선정된 것들이다. 또한 이 내용들은 현대물리학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를 체계적으로 망라하고 있다 ― 바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다.
상대성이론은 20세기 초에 아인슈타인이라는 걸출한 천재에 의해 탄생한 현대물리학의 정수이다. 그러나, 모든 물리학 이론들이 그렇듯이 상대성이론 역시 아인슈타인 혼자만의 작품은 아니었다. 그 이전에 로렌츠(Hendrick Antoon Lorentz)와 푸앵카레(Henri Poincare) 등의 물리학자들에 의해 상대론의 기반은 이미 어느 정도 다져진 상태였다. 뿐만 아니라, 아인슈타인보다 수세기 전에 살았던 갈릴레오(Galileo Galilei)와 뉴턴(Isaac Newton)도 “등속운동을 하는 관측자가 얻은 물리학의 법칙들은 정지해있는 관측자가 얻은 법칙과 동일하다”는 상대성의 원리를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현대적인 상대성이론은 맥스웰(James Clerk Maxwell)이 1865년에 전기장과 자기장이 전달되는 방정식을 발표하면서 물리학의 화두로 떠오르게 된다. 맥스웰의 이론에 의하면 갈릴레오와 뉴턴의 상대성 원리는 더 이상 진실이 아닌 것 같았다. 왜냐하면 맥스웰 방정식에 나타나는 빛의 전달 속도는 무한대가 아니라 유한한 속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정지해있는 관측자와 움직이는 관측자는 그들의 눈에 보이는 빛의 속도가 서로 다를 것이므로 완전하게 동! 일한 관점을 가질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로렌츠와 푸앵카레, 그리고 아인슈타인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 상대성이론은 갈릴레오와 뉴턴의 예상이 결국 옳았음을 다시 한 번 입증해주었다. 그것은 맥스웰의 전자기이론과 고전적인 상대론 사이의 충돌을 말끔하게 해소하면서 ‘모두가 행복한’물리학의 장을 탄생시켰던 것이다. 새로 등장한 상대성이론의 기틀은 고전적인 상대론과 차이가 있지만, 결론은 동일하다 ― 등속으로 움직이는 관측자가 얻은 물리법칙은 정지해있는 관측자가 얻은 법칙과 똑같다.
그러나 새로운 상대론은 맥스웰의 손도 함께 들어주었다. 빛의 속도는 그것을 관측하는 사람(또는 측정기구)의 운동상태와 상관없이 항상 일정한 값을 갖는 범우주적 상수였던 것이다! 대체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그러나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최고의 스승인 파인만이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로 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성이론은 아마도 수학적 대칭의 중요성이 부각된 첫 번째 물리학이론일 것이다. 대칭성은 거울이나 종이 접기를 통해서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성질이긴 하지만, 그것을 수학적으로 모순 없이 서술하는 것은 독자들에게도 생소할 것이다. 그러나 일련의 운동방정식에 상대성이론을 적용하려면 대칭성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등속운동을 하고 있는 관측자와 정지해있는 관측자가 동일한 물리학을 얻으려면, 이들이 측정한 물리량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대칭적 좌표변환 식’이 존재해야 한다.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어떤 대상이 동일한 형상으로 보인다는 것은 일종의 대칭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인만은 이렇게 추상적인 개념을 지극히 현실적인 언어로 설명하고 있다. 수학과 친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이나, 추상적 사고를 별로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파인만의 설명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상대성이론은 과거에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대칭성을 도입하여 물리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지만, 최근에 와서는 ‘당연히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던’ 기존의 대칭성이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되기도 했다. 리(Lee)와 양(Yang), 그리고 우(Wu)에 의해 1957년에 밝혀진 이 사실은 물리학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 일부 기본적인 자연현상에서 좌-우를 바꾸면 물리법칙이 달라진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런데 파인만은 이런 비대칭적 요소까지 모두 포함하는 새로운 이론을 창시하여 자연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물리학이 진보하려면 수학의 진보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새로운 물리학이론은 그것을 설명할 만한 새로운 수학적 도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일단 수학의 체계가 잡히면 물리학은 훨씬 더 간단한 모습을 띠게 된다. 벡터 계산법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원래 3차원 벡터는 공간의 특성을 수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개발되었는데, 그 덕분에 물리학자들은 아무런 방향성이 없는 공간에서 뉴턴의 운동법칙을 완벽하게 서술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회전대칭성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파인만의 입담을 통해 마치 일상사처럼 우리 눈앞에 적나라하게 펼쳐지고 있다.
상대성이론에서는 시간까지도 대칭변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4차원 벡터의 계산법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파인만은 난해한 4차원 벡터의 개념을 낱낱이 풀어헤쳐서 시간과 공간, 그리고 에너지와 운동량이 4차원의 상대적 공간 속에서 어떻게 얽혀있는지 실감나게 설명하고 있다.
우주의 역사는 3차원 공간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이 하나의 세트로 결합된 4차원의 역사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현대물리학의 중론이다. 물론 이 아이디어를 일반인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사실을 맨 처음 발견했던 아인슈타인조차도 당시에는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흔히 사람들은 시공간(space-time)의 개념이 아인슈타인의 창작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러시아출신의 기하학자이자 쮜리히 대학에서 아인슈타인을 가르쳤던 민코프스키(Hermann Minkowski)가 1908년에 4차원의 시공간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으니, 그가 원조라고 봐야 한다. 민코프스키는 그의 유명한 강의에서 다음과 같이 천명하였다. “…그러므로 독자적인 시간이나 독자적인 공간은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들은 물리학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지금부터는 시간과 공간을 한데 섞어놓은 시공간이 그들의 자리를 대신할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이 시공간의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렸을 때, 그는 그것을 철저하게 자신의 생각대로 밀고 나가서 또 하나의 멋진 성공을 거두었다. 그것이 바로 일반화된 상대론, 즉 일반상대성이론이다. 여기에는 휘어진 시공간의 개념이 도입되었고, 이로부터 중력의 실체를 더욱 원리적인 단계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일반상대성이론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파인만은 복잡한 수식을 하나도 거론하지 않은 채 일상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너무나 쉽게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