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을 읽고.

큰 상실감, 그 속에 숨겨진 사랑.

 이 책은 내가 1학년 때 엄마가 사 주셨던 책이다. 

하지만 4학년이 된 지금 다시 읽어도 가슴이 먹먹하다.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을 배경에서, 또 어린 주인공이 나지막이 얘기하는 듯한 한마디에서, 할아버지를 잃은 후 가족들의 마음이 나의 할아버지를 떠오르게 한다.

주인공의 할아버지가 남긴 물건들을 보며 나도 왠지 우울해 졌다.

같은 배경과 같은 경험이 아니지만 아마도 주인공이 겪었던,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에 대한 감정이 비슷한 것 같다.

 어느 순간, 예고도 없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그 마음은.. 슬프다는 한마디로 표현하기 애매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엄마는 내가 6~7살 때 가끔 죽음에 대해 묻곤 했다고 한다. 

바깥에서 하루를 신나게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눈물 지으면서. 그때 엄마는 "사람은 누구나 죽게 마련이지만, 아직 소율이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많은 시간이 있어, 엄마는 그동안 소율이 엄청 많이 사랑해 줄 거야." 라고 나를 안심시켜 주셨다. 

 어렸을 땐, '죽음' 이란 걸 이렇게 생각했었다.

'안 좋은 것, 절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 그러나 어느 사람에게나 찾아올 무서운 것' 

 이 책을 읽다 문득, 3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나에게 너무나 아팠던 기억...

명절에 만나면 환한 미소로 내 이름을 부르며 안아 주셨던 작은 할아버지.

언제까지나 그렇게 안아 주실 것 같았던, 하지만 이제 만날 수 없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난 처음으로 할아버지와 나의 사이가 멀어진 것 같다고 느꼈다. 꼭 내가 있는 곳과 할아버지가 계신 세계가 달라진 것 같아서.

 엄마가 말씀하셨다. 

나의 작은할아버지는 소방관이셨다고, 소방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명예롭게 돌아가신 거라고, 할아버지가 하늘에서 우릴 보고 너무 슬퍼하지 않기를 바라실 거라고.

 이제는 할아버지의 얼굴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지만 태풍이 오는 계절, 추석이 다가올 즈음 재해지역에 출동하는 소방관에 관한 뉴스만 봐도 긴장되고,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다. 나를 안아 주시던 작은 할아버지를 만났던 추석, 이제 우리 가족에게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추석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우울해하기 보다는 이해 하고싶다. '죽음'은 사람이 어쩔 수 없는 거고, 나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였으니까. 

 사랑하는 누군가가 하늘의 별이 되는 일.

아직은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엄마의 말씀을 생각하며 나는 담담 해져야겠다. 

현실을 마주하는 것. 그게 내가 할 일이니까.     

책에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저는 마음이 아팠어요.

며칠 전 저의 외증조할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셔서 돌아가셨어요.

외증조할아버지 집에 자주 못 가서 외증조할아버지한테 너무 미안했어요

글을 쓰니 다시 외증조할아버지가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나요

외증조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할아버지집에 갔었는데

할아버지가 누워 계시던 그 모습이 자꾸 생각이 나요

집에서 외증조할아버지의 사진을 봤는데 사진을 보니 다시 너무너무 보고 싶어졌어요

할아버지가 지금 제 곁에 살아계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할아버지랑 앞으로 만날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워요

할아버지와 많은 추억이.. 잊혀져 가는 걸까요?

할아버지는 정말 밤하늘에서 오셨을까요?

궁금해요

<'어느 날'을 읽고>

 '어느 날' 엄마가 이 책을 읽어보라고 주셨다. 글자가 많지 않아 금방 읽고, 왜 엄마가 이 책을 주셨는지도 금방 알 수 있었다.

 엄마는 또 할아버지 생각이 난 것이다.

 내가 다섯살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그 때 기억을 다 하고 있어서 엄마는 신기해 하신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의 내용도 조금 신기했다. 이 책의 주인공 손주가 나와 비슷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엄마와 동생과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창문을 열었는데, 애기 때 할아버지랑 저녁에 축구를 할 때 났던 냄새가 난 적이 있다. 바람에서 나는 냄새인데, 정말 그 때랑 똑같았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 그림에 우주 같은 행성에 왼쪽에는 주인공이 서 있고, 오른쪽에는 할아버지가 마주보고 서 계시는데 배경에는 별이 반짝 거리고 있었다. 그 그림을 보니까 우리집에 있는 동시집에 제목이 '할아버지 떠난 날' 이란 동시가 떠올랐다. 할아버지는 별을 보러 떠나셔서 지금 그 별을 바라보고 계실꺼라는 내용이다. 이 동시를 이 책의 주인공에게 보여주고 싶다.

 어느 날 책 속 주인공 나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단다. 주인공과 한 집에 살며 약수터도 같이 가시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단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우리할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나는 우리할아버지를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우리할아버지는 아빠가 나만큼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기억하는 할아버지는 아빠 지갑 속에 있는 아빠만큼 젊은 할아버지의 사진과 아빠가 가끔씩 말씀해주시는 아빠의 어릴적 기억뿐이다. 아빠가 말씀해 주신 할아버지는 아주 엄하신 분이셨다. 가장 자주 들은 이야기는 자전거에 얽힌 이야기이다. 나처럼 아빠도 어렸을 때 자전거를 좋아했는데 21단 자전거를 선물하시면서 찻길에서 절대 타지 말라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딱 한번 어기는 바람에 그길로 자전거를 정말 못타게 하셨다는 이야기이다.

할아버지 납골당을 다녀오던 날 슬퍼보이는 아빠에게 나는 말을 걸었다.

“아빠, 할아버지는 무슨 일하는 것을 제일 좋아하셨어요?”

“할아버지는 산에 가는걸 제일 좋아하셨어. 시골분이시라 여행이란건 잘 모르셨고 아빠한테 산에 가자는 말씀을 자주 하셨어. 그런데 어려서 산에 가는게 어찌나 싫은지 자주 핑계를 대고는 했었단다. 그런데 이렇게 할아버지랑 일찍 헤어질줄 알았다면 산에 같이 가자고 하실 때마다 같이 갈걸 그랬다 후회가 돼.”

내가 그냥 드린 질문에 아빠는 할아버지랑 같이 하지 못한 아쉬움을 이야기 하셨다. 그래서 아빠는 나랑 하고싶은게 많으시다고 하셨다. 아빠는 나랑 이렇게 같이 하고 싶은게 많으신데 나는 친구랑 놀고 싶다고 귀찮다고 투정부린 적이 많아 반성하게 되었다. 친구아빠들은 주말마다 누워서 티비만 보신다는데 우리아빠는 야구장도 자주가고 자전거도 타고 목욕탕도가고 캠핑도하고 낚시도 같이 해주셔서 나는 행복한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아빠가 피곤하셔도 나와 함께할 시간을 만드시는 이유도 이해하게 되었다. 책 속 주인공도 늘 배꼽인사하라고 잔소리하시던 할아버지가 인사도 없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할아버지가 더 생각난다고 했는데 우리아빠도 할아버지가 너무 갑자기 떠나버리셔서 인사할 시간도 주시지 않아 더 생각나고 그리운 것 같다.

나는 아빠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주인공의 할아버지처럼 우리 할아버지도 행복한 곳으로 가셨을 거라고…… 좋아하시는 그곳에서 누구보다 행복하실거라고……

그리고 누구나 이별은 슬픈 것이다. 준비할 시간이 많아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누구나 슬픈 것이다. 나는 아직 겪어보지 못한 이별이지만 우리아빠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나와 함께하며 나와 내아들이 태어날때에도 오래도록 아빠와 함께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