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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18년 12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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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1,024쪽 | 1,522g | 142*215*60mm |
ISBN13 | 9788937439315 |
ISBN10 | 893743931X |
얼리리더를 위한 5월의 책 : 디즈니 캐릭터 PVC 마그넷 증정
2024년 05월 01일 ~ 2024년 05월 31일
상시
12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겨울, 이불 밖은 위험한 계절이다. 겨울방학이 되면 칩거하며 책 쌓아두고 누워서 책 읽기를 즐기는 인간이라 이 책을 예약 주문하면서 ‘종강만 와라!!’를 외쳤다. 블로그 친구님 말씀처럼 3권을 묶은 한정판인데다가 양장본이기까지 해서 책 두께와 무게가 꽤나 있다. 그야말로 누워서 뒹굴뒹굴 거리며 읽었다. 나는 ‘세상에 읽을 책이 얼마나 많은데!!’라는 생각으로 원래 같은 책을 다시 읽지 않는다. 그런데 하루키 소설과 에세이집은 여러 번 다시 읽어왔다. 심지어 기존 “태엽감는새”는 중장편 분야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이었기에 몇 번을 읽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이번에 다시 근 일주일 간 몰아 읽으면서 이야기 전개에 있어 중요한 부분들을 다시 발견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같은 책을 여러 번 다시 읽나보다.
나는 소설과 에세이 모두 하루키 월드 중기라고 할 수 있는 90년대에 나온 책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포스트모더니즘 흐름을 타고 거대 담론이 무너져 개인이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할지 공허해하며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하던 시기이다. 하루키 월드에서 전공투나 전쟁 같은 이야기가 자주 나오는 이유다. 거기에는 ‘아버지’로 표상한 폭력, 고통, 죽음을 유발하는 거대 구조에 대항해 계란이 바위 치듯 끈질기게 모험하고 싸우는 평범한 개인인 ‘나’가 있다. 결과적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싸우며 나 역시 피투성이에 상처 입은 채로 ‘그래도 더 나빠지진 않았어’를 읊조리며 해피엔딩은 아닌 듯하면서도 역사적으로 이어져오던 근본 악을 제거한 듯 이야기가 끝난다. 돌아보면 그 와중에도 구미코는 결국 오카다 도오루의 구원에 의지하지 않고 자기 앞날을 주체적으로 선택했다. 이번에 하루키가 스스로 다시 손 본 판본을 김난주님이 새로 번역해 출간한 “태엽 감는 새 연대기”를 다시 읽으면서 이 이야기 구석구석에서 “1Q84”나 “해변의 카프카”, “기사단장 죽이기” 같은 후속 작품들의 전조를 보았다. 여담인데 번역자가 바뀌면서 문체는 부드러워졌고 등장인물들 이름이 미묘하게 바뀌었으며(이유를 설명해주셨음), 특히 가사하라 메이 말투에서 전에 없던 사회성이 느껴졌다. 전에는 어땠더라, 구미코는 이중인격자처럼 오카다 도오루에게 편지쓸 때 반말을 했다가 존댓말을 했다가 한다. 번역자가 바뀌면 같은 작품도 느낌이 달라지니 신기하다.
이번 학기에 아렌트 책을 읽어서인지 와타야 노보루로 표상한 악과 주인공이 싸우는 과정이 여전히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보리스와 마미야 중위 일화처럼 개인은 의도치 않게 악에 말려들어갈 수 있다. 제대로 생각하거나 상상하지 않으면 인간의 조건을 잃어버리기 너무나 쉽다. 오카다 도오루가 무의식 같은 우물로 내려가 존재를 걸고 고독하게 생각하는 과정에서 벽을 뚫고 나가 호텔 로비나 208호라는 또 다른 장소로 연결되는 장면들은 다시 읽어도 매력 있다.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가사하라 메이/가노 마르타와 가노 크레타/넛메그와 시나몬 이들과의 만남, 그리고 노몬한 전투를 둘러싼 역사 이야기를 넘나들며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역시 다시 읽어도 재미와 의미 있었다.
요즘 “서양음악사” 시리즈를 읽고 있어서 그런지 오페라 알지 못하는 자인데도 이 이야기 중요 모티프 중 하나가 로시니 “도둑 까치” 서곡이라는 사실이 새삼 보였다. 이 노래는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하는 런던심포니 연주 버전으로 책 첫 부분에 등장하고, 주인공이 위기를 맞는 순간마다 그를 구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비슷한 맥락으로 모차르트 “마술피리”는 그 자체로 ‘구조 오페라’ 면모를 가지고 있다고 읽었다. 제목에도 드러나듯 모차르트가 프리메이슨 비의들을 심어놨다고 해석할 정도로 환상적이고 마술적인 플롯으로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일종의 ‘종교 오페라’이기도 하다고 읽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마술피리”-“태엽 감는 새 연대기”는 평행이론처럼 사랑하는 여자를 구하는 과정에서 부정의한 악의 폭력과 싸운다. 역시 하루키는 클덕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차분하고 우아한 넛메그+시나몬의 아카사카 사무실에 하이든 현악사중주를 BGM으로 깔아둔다든지, “도둑 까치” 서곡은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토스카니니 지휘 연주가 각각 어떻게 다른지 설명한다든지, 시나몬 성격에 걸맞게 그가 피아노로 바흐와 모차르트 정도를 즐겨 치지 낭만주의 이후 음악 연주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부분들이 절묘해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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