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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1년 04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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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88쪽 | 840g | 153*225*28mm |
ISBN13 | 9791191432039 |
ISBN10 | 1191432033 |
얼리리더를 위한 5월의 책 : 디즈니 캐릭터 PVC 마그넷 증정
2024년 05월 01일 ~ 2024년 05월 31일
상시
2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어렸을 적 옆집에 구멍가게가 있었다. 유리로 된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면 약간은 어두운 장소에 물건들이 낮은 탁자에 진열되어 있었다. 돈이 없었던 나는 그곳에서 팔던 사탕이 먹고 싶었다. 아주머니 몰래 몇 개를 훔쳐 먹기도 했다. 아주머니를 보면 왠지 부끄러워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던 것 같다. 지금에 와서야 생각해보면 아주머니는 내 행동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 알고도 모르는 척 눈감아주지 않았을까. 구멍가게 할머니들의 말들을 듣고 보니 할머니 말씀처럼 ‘아실아실해’지는 마음이 든다. 그 시절에 대한 추억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일 수도 있겠다.
이미경 작가의 구멍가게 관련된 책은 그림으로 바라본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거라면 박혜진과 심우장이 함께 엮은 이 책은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분들의 좀 더 내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들의 사연과 구멍가게를 이용하는 손님들의 반응을 사투리 그대로 드러내 정겹다.
사라져가는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분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구멍가게와 관련된 우리의 현대사 혹은 문화사를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해도 좋겠다. 구멍가게에서는 담배를 팔았다. 어렸을 적 담배밭에서 놀다가 그 끈적거리는 잎이 싫어 담배밭 근처에도 가지 않았던 기억이 떠오르는데 담배는 구멍가게의 중요 수입원이었다. 담배 사러 온 손님은 다른 물건들의 구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미경 작가의 구멍가게 그림들을 보면 구멍가게에는 항상 담배 간판이 있었다. 이 책의 사진에서도 담배 간판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아주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구멍가게뿐 아니라 최근 편의점에서도 담배는 굉장히 중요한 물품이라고 했다. 몇백 미터의 제한규정이 있어 담배판매허가를 얻기 위해 고민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구멍가게를 했던 분들은 여성들이 대부분 가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시작했다. 어릴 적 옆집 아주머니도 일찍 혼자되신 분으로 기억된다. 아이들을 데리고 살아가려고 어르신들은 구멍가게에서 술과 음식도 팔았다. 지금의 편의점과 비슷한 형태일 것이다. 지금은 대형 할인점에 밀려 점점 이용객들이 줄어 힘든 상황이다. 대형 할인점과 물건이 들어오는 가격이 달라 아예 경쟁이 되지 못한다. 지금의 구멍가게는 동네의 사랑방 구실을 하는 것 같다. 어떤 곳은 우체국과 택배의 중간적인 역할을 해주고 논밭에 일하러 갔다가도 술참을 하러 들리는 그런 역할 말이다.
언젠가 동네 구멍가게의 할머니가 엄마를 찾아와 외상값을 갚으라고 했던 어렸을 때의 일이 떠오른다. 오래전의 구멍가게는 돈이 없던 사람들에게 외상을 주었다. 지금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때는 그랬다. 문제는 외상값을 잘 갚지 않았다는 것이다. 많은 외상값을 떼었고 그냥 외상장부를 없앴다는 그분들의 말씀이 인상 깊었다. 잊어버려야 마음이 상하지 않겠느냐는. 아이들이 물건을 훔쳐 달아나도 알면서도 모른척했다는 그 마음과 비슷해 보였다.
책 속에는 뉴스에 나오는 외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의미심장하다. 한 소년이 울고 들어와서 왜 그러냐니까 집 앞 가게에서 과자를 주지 않는다는 거였다. 과자를 가지고 가서 ‘외상’이라고 한마디 하고는 가져가곤 했는데,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가게에 갔다가 외상을 달고 온 적이 있었다는 걸 떠올렸다.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 하나하나를 그대로 배운다는 내용이다.
이 책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2년여에 걸쳐 전라남도의 구멍가게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듣고 쓴 글이다. 인터뷰를 하고 다음에 다시 찾아갔더니 구멍가게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안타까웠던 마음을 내비쳤다. 책 속에는 다녀간 구멍가게 중에서 현재 영업중인 곳과 폐업한 곳을 구분하였는데 꽤 많은 구멍가게가 없어졌다.
우리나라의 질곡의 현대사, 즉 할머니들의 젊은 날의 고달픔을 연상시키는 구멍가게가 사라져가는 게 안타깝다. 주변에서 찾아볼 수가 없어 가지 못한다고 말하는데, 막상 허름한 구멍가게에 들어가 물건을 구입하지는 않을 것 같은 이중적인 마음은 무엇일까. 그럼에도 어딘가를 갔을 때 편리한 마트보다는 구멍가게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손님을 대하는 게 다소 투박하더라도 구멍가게만의 정겨움을 느껴보고 싶어졌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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