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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4년 01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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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44쪽 | 446g | 145*215*35mm |
ISBN13 | 9788934971351 |
2024년 04월 17일 ~ 2024년 05월 02일
2024년 02월 27일 ~ 2024년 05월 10일
2024년 02월 15일 ~ 2024년 12월 30일
2024년 04월 18일 ~ 2024년 05월 18일
2024년 04월 12일 ~ 2024년 04월 30일
2024년 04월 04일 ~ 2024년 05월 20일
2024년 03월 20일 ~ 2024년 04월 30일
4월의 굿즈 :책가도 독서대/스마트폰 거치대/우양산/북 스토퍼/우드 센서 무드등
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상시
35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3월 독서모임에서 읽은 서동욱 교수의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는 제목부터 의아스러웠다. 철학이 날씨를 바꾼다고? 날씨가 철학을 바꾸는 게 아니고? AI가 인간을 대신하는 세상이라지만 날씨는 아직도 바꾸는 건 고사하고 정확한 예측조차 어렵다. 물론 저자도 알고 있다. 날씨가 우리에게 영향을 주듯 생각이나 철학도 날씨가 만들어낸다는 것을. 하지만 중요한 건 종잡을 수 없는 날씨지만 내 마음은 어둠 속에서도 햇살처럼 켜져야 하며, 가뭄 속에서도 빗소리 울려 퍼지는 우산 아래의 원형 극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대비해야할 일이 날씨뿐이겠는가. 지금 맞닥뜨린 숱한 위기는 각자의 이기심으로 인해 뾰족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저자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우리가 제대로 된 질문을 할 줄 모르기 때문에 답을 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선문답같은 말을 들으면 철학자라 뜬구름 잡는 관념적인 이야기만 하나보다 싶지만 ‘제대로 된 질문하기’는 AI시대의 화두이기도 하다.
칸트는 유럽 근대 사상의 두 사조인 이성중심주의와 경험중심주의의 장점을 흡수하고 단점을 증발시켜 유럽 문명을 좀 더 안전한 기반 위에 올려놓은 사상가로 평가된다.
...
오늘날 사상의 역사를 돌아보는 사람들은 칸트 시대의 문제가 명확히 이성중심주의와 경험중심주의의 대립이었으며, 칸트는 이 대립을 독창적으로 해소했다고만 생각한다. 이는 이미 이루어진 역사를 뒤에서 편안히 회고하는 자의 ‘착시 현상’이다. 칸트 당대에는 당대를 진단하는 문제 틀이 수없이 많았다. 이성주의와 경험주의의 대립 같은 명확한 문제란 아무것도 없었다. 온갖 것이 부글거리는 잡탕 속에서 바로 칸트가 저 대립을 자기 시대를 대표하는 하나의 명확한 문제로 만들어낸 것이다.
(p.129)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합리론과 경험론을 비판하며 종합해낸 철학자 칸트. 인식의 형식은 본래부터 갖고 있지만 인식의 내용은 경험으로 얻는다, 등등. 어지간한 철학서라면 빠지지 않는 칸트의 비판철학이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다보니 솔직히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 칸트가 정리해준 철학을 기반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그의 이론이 당연해 보인다는 사실, 그동안은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그가 살던 18세기는 무엇도 확실하지 않은 시대였다. 이런저런 주장과 학설이 오갈 뿐 그 무엇도 분명한 게 없었을 당시, 그는 자기시대를 대표하는 명확한 문제를 끄집어냈다.
칸트의 위대함은 바로 문제 자체를 창안해내는 능력이었다.
이렇게 근대의 여러 영역에서 인간은 주체라는 개념을 소유하게 되었다. 즉 만물의 근거가 되었다. 이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모든 능력을 동원해 세계를 인간의 계획에 맞추어 가공함으로서 이루어진다. 근대 국가란 바로 이 인간 주체의 힘을 실현하기 위한 공동체로서, 동서양의 인간들은 경쟁적으로 이 공동체를 이루려고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도련님의 시대>는 ‘혹독한 근대 및 생기 넘치는 메이지인’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데, 여기서 우리는 이런 흥미로운 구절을 읽을 수 있다. “국가를 급조하느라 이 40년 동안 쌓인 피로, 그것도 알겠습니다. 일본은 많은 모순과 대면하며 잰걸음으로 걷고 있지요.” ‘국가의 급조’와 ‘잰걸음’, 이것이 주체로서 자신을 실현하기 위해 늘 조급하고, 늘 바쁘고, 늘 경쟁하며, 늘 피로와 자연의 파괴를 끌고 다니는 근대인의 모습이다.
(p.160~161)
근대국가를 급조하느라 피로가 쌓여 수많은 모순에 직면하고 자연이 파괴되었다는 일본. 일본이라는 단어를 지우고 우리나라를 대입 해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저자의 설명대로라면 지구 온난화, 코로나 팬데믹, 환경오염, 세대 갈등 같은 우리가 맞닥뜨린 위기의 대부분은 인간중심주의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인간이 중심이라는 생각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 외의 모든 답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보자.
이 책은 인간 중심주의가 지금도 유효하다면 우리는 아직도 근대인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숱한 물질적 발전을 이루고 말로는 근대를 과거로 치부하며 현대를 내세우지만 세계관은 여전히 근대에서 변한 게 없는 인류. 하지만 중세가 르네상스를 거쳐 근대로 진화했듯 인간 중심의 가치관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까. 수백 년 전 새로운 학문이 ‘신’ 중심의 세상이 만든 문제를 극복하고자 ‘인간’을 전면에 내세운 근대라는 답을 내놨다면, 지금 나타나는 세상의 위기는 인간 중심주의라는 근대의 가치관을 포기하고 새로운 세계관을 정립해야 해결할 수 있다는 철학자의 고언. 불편하지만 흘려버릴 수 없는 역설이다.
어떤 말은 꼭 입으로 내뱉어야만 유효해진다. ‘사랑한다’와 같은 말, ‘맹세한다’와 같은 말이 여기 속한다. 사랑은 어디 있는가? 맹세는 어디 있는가? 그것은 말 속에 있다. 사랑한다는 말이 사랑을 비로소 현실로 만든다. 맹세한다는 말만이 비로소 맹세를 세상 속에 등장시킨다. 사랑한다는 말은 이미 있는 현실 속의 사랑을 묘사하는 말이 아니라, 사랑을 창조해내는 말이라는 것이다.
(p.200)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랑한다’는 말보다 ‘이심전심’이라는 말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너무 당연해서 말하지 않아도 내 맘 알려니 하는 생각. 정말 그런 줄 알았다. 자녀를 사랑하고 부모를 사랑하는 내 마음은 물리법칙처럼 변치 않으니까. 그런데 상대도 그렇게 생각할까?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서운함을 불러오고 서운함이 쌓이면 오해가 되고 그러다보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 철학자이면서 시인이기도 한 저자의 표현은 좀 더 섬세하고 적확하다.
‘사랑을 금덩어리로 믿고 보관해놓은 채 영영 잊고 있다가 문득 생각나 꺼내 보려 하면, 그것은 장롱의 나프탈렌처럼 다 녹아 사라지고 흔적도 보이지 않으리라.’
위에서 소개한 이야기 외에도 기생충, 바다, 죽음, 염세주의, 동물권, 혼밥, 쓰레기 등. 철학의 오랜 과제부터 생활의 소소한 주제까지. 저자는 이런 것도 철학이 되나 싶은 분야를 수많은 참고서적을 인용하며 다르게 사유하는 법을 제시한다.
제목부터 특별한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일상에서 문제라고 인식되지도 못한 채 굳어버린 고정관념에 균열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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