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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께서는 매 주 한 번씩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오신다. 나와 내 동생들을 위해 열 권의 책을 빌려오시는데 우리는 그때마다 굉장히 큰 선물을 받는 것처럼 들떠서 어떤 책을 먼저 볼지 고르는 데 열중한다. 이번 주에도 엄마께서는 책을 빌려오셨고 나는 왠지 책표지가 재미 없어보였는데도 ‘딜쿠샤의 추억’이란 책에 끌려 이 책을 먼저 보았다.
내가 이 책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딜쿠샤라는 집이 1923년에 지어져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것이다. 1923년에서 2020년까지라니! 얼마나 오래된 집인지 계산을 해보자니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이렇게 운 좋게 살아남은 집 딜쿠샤. 딜쿠샤를 만든 앨버트 테일러라는 분이 살아계셨다면 어떤 느낌인지 물어볼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이 집이 불쌍하기도 하다. 전쟁을 두 번이나 거쳐 왔기 때문이다. 집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런 역사를 거쳐 왔다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집은 그 역사를 떠올리며 무서워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딜쿠샤 옆에 있는 은행나무도 400년을 거쳐 그대로라고 하는데 이 또한 놀랍다.
우리 가족은 내가 ‘딜쿠샤’에 관심이 있는 것을 알고 함께 찾아갔는데 공사 중이었다. 너무나 아쉬웠다. 들뜬 마음으로 도착했는데 공사 중이라니! 얼마나 실망을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있으니까 반드시 딜쿠샤를 보러 갈 것이다. 그 때는 딜쿠샤가 멋진 모습으로 단장한 채 꽃들이 활짝 핀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면 좋겠다.
우리 역사와 함께 한 딜쿠샤
인터넷에서 희망의 궁전 ‘딜쿠샤’는 어떤 곳? 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딜쿠샤’라는 단어가 생소하여 글을 읽어 보니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있는 문화재(등록 문화재 제 687호)로 지정된 건축물의 이름이었다. 붉은 벽돌도 지어졌으며 은행나무가 유명한 동네 행촌동에 있는 서양식 건물로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깊이 표현하고 있는 그런 곳이라 했다.
이런 자세한 이야기가 담긴 『딜쿠샤의 추억』이라는 아주 슬픈 책을 읽고나는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를 다시 기억하고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은 ‘딜쿠샤’라는 집이 겪은 역사를 꼭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처음에는 ‘딜쿠샤’가 집에 살던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집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딜쿠샤’라는 집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하니 더 흥미롭고 신기하여 깊이 책에 빠져들 수 있었다.
‘항거’라는 영화를 얼마 전 극장에서 보았다.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처절한 모습이 잘 나타나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독립을 간절히 바라고, 독립을 위해 목숨 걸고 애써주셨던 ‘딜쿠샤’의 주인인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와 그 부인 메리 테일러가 정말 대단해 보였다. 어쩌면 독립운동 특히, 3.1운동을 열렬히 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준 사람이 앨버트 테일러, 즉, 딜쿠샤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난 브루스의 이불 밑에 숨겨두었던 독립 자료들을 일본경찰들이 들이닥쳐 찾을 때에는 숨이 멈출 것처럼 긴장되고 걱정스러웠다. 목숨을 걸고 자신의 일인양 나서준 ‘딜쿠샤’의 주인인 앨버트와 메리에게 정말 감사의 말을 전한다. 또, 잊지 않고 우리나라를 찾아 온 브루스의 모습도 눈에 그려졌다.
6.25전쟁 후 피난왔던 사람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여태껏 12가족이 딜쿠샤에 살았다고 했다. 2018년 복원을 앞두고 마지막까지 살고 있던 사람들이 나가고 나서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2020년 딜쿠샤의 변화된 모습을 상상하며 꼭, 그 때 우리 가족들이 서울로 가서 딜쿠샤의 완성된 모습을 보기로 약속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잘 알지 못했던 우리들의 아픈 역사도 느낄 수 있었고, 어렵게 딜쿠샤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고통도 이해할 수 있었다.
‘건축가가 집을 지어도 하느님이 짓지 않으면 헛되고, 파수꾼이 성을 지켜도 하느님이 지키지 않으면 헛되도다.’라는 글귀는 파란만장한 딜쿠샤의 삶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새로 멋지게 변할 딜쿠샤의 모습을 나는 웃음지으며 상상해 본다.
딜쿠샤는 과연 누구일까?
언뜻 책 제목을 보면 사람이름 같기도 하고 동물이름 같기도 하고 대체 누구길래 많은 추억이 쌓여서 책주인공으로 나오게 되었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이 책의 주인공은 상상도 못한 집이었다. '기쁜 마음의 궁전'이라는 뜻을 가진 딜쿠샤! 과연 딜쿠샤는 은행나무 옆에서 무얼 보았길래 추억이 쌓였나?
1923년에 태어난 딜쿠샤는 11년을 살아온 나보다 90여년을 더 산 나이 많은 집 이지만 많은 추억과 함께 많은 일들을 기억하고 있다. 딜쿠샤가 처음 본 것은 한강과 예쁜 나무들이었는데, 100여년을 살아오면서 일제 강점기, 8.15광복, 한국전쟁등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들을 눈에 담고 보고 느꼈다.
3.1운동때 딜쿠샤가 사람이었다면 대한 독립 만세를 함께 외쳤을 것이다.
딜쿠샤의 주인 앨버트가 독립운동을 도왔다는 이유로 아내 메리와 일본정부로 부터 추방당해 한국을 떠났을때 오랫동안 빈집으로 남은 딜쿠샤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하지만 1950년 6.25전쟁으로 건물들이 불타고 피난민들이 찾아왔을때 딜쿠샤도 많이 무서웠을 것이다.
백년간 서울이 불타고 발전 되어가는 모습을 은행나무와 함께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딜쿠샤의 기억으로 세세하게 담아 우리에게 지나간 역사를 전해준 작가님이 고맙다.
요즘 TV 뉴스에서 일본과 우리나라의 사이가 많이 안 좋다고 한다. 경제보복이며 백색국가등등 모르는 말들이 많이 나오지만 지금 일어나는 일들도 딜쿠샤의 기억속에 남게 될 일일까?
딜쿠샤가 사람이었다면 의리있고 용감한 친구였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이 딜쿠샤라는 이름을 가진 의리 있는 사람이 전해주는 역사책이었다면 다른 책과 같이 흔한 이야기 책에 불과했을 것이다. 딜쿠샤라는 집이 추억을 기억해내 생생하게 전해주는 우리 역사 이야기라 호기심으로 흥미진진하게 읽은 책이다.
서울시 종로구 행촌동 1번지.
서울에 여행갈 일이 생긴다면 지금은 제687호 문화재가 된 딜쿠샤를 만나 다정하게 인사하며 격려해주고 싶다.
'딜쿠샤! 너는 우주 특별한 집 이란다.'
마지막으로 백년동안 많은 것들을 기억해준 딜쿠샤에게 감사를 전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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